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대표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스튜디오 지브리 제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입니다. 1997년 작인 <모노노케 히메>의 다음에 선보인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2001년에, 한국에서는 2002년에 개봉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인 '황금곰상'과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한 곳에서 애니메이션이 그랑프리를 수상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은 물론, 극장 개봉 영화를 통틀어 역대 흥행 1위에 오를 만큼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지인이자 애니메이터인 오쿠다 세이지의 열 살 된 딸을 보고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하고 어린 소녀가 스튜디오 지브리 같은 세계에 들어와 온갖 이상한 일을 겪고, 자신도 모르고 있던 잠재된 힘과 용기를 발휘한다는 내용으로 말입니다. 영화의 배경이 온천장이 된 이유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일본의 전통문화와 설화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신들이 온천에서 피로를 푸는 이야기를 발견하였고 아이디어를 얻어 신들의 온천장으로 설정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성장 영화인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치히로가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온천장에서 벌어진 일을 통해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원래 치히로가 갖고 있던 잠재적인 힘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성장이 있으면 좋은 영화라는 뻔한 생각을 엎고 싶었다고 합니다.
열 살 소녀의 기묘하고 신비로운 모험
어느 화창한 날, 열 살 소녀 치히로는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지방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그러던 중 길을 잘못 들어 수상한 터널 앞에 도착하게 되고, 처음 보는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무언가에 홀린 듯한 치히로의 부모님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주인이 없는 어느 음식점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음식들을 게걸스럽게 먹어버리고는 돼지로 변하게 됩니다. 겁이 난 치히로는 처음 온 곳으로 되돌아가려 하지만 주변은 이상해지고 돌아가는 길은 강으로 변해있습니다. 치히로는 하쿠의 도움을 받아 거대한 온천장으로 숨어 들어가게 됩니다. 이 온천장은 신들을 위한 온천장이며, 이 온천장은 상대방의 이름을 빼앗아 지배하는 무서운 마녀 유바바가 경영하는 곳입니다. 하쿠는 치히로에게 부모님을 찾기 위해선 이곳에서 일을 하며 기회가 오길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온천장에서 일을 하지 않는 자는 동물로 만들어 버린다는 말을 들은 치히로는 유바바에게 허락을 받고 이름을 빼앗겨 센이 되고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하쿠 역시 이름을 빼앗기고 자기가 원래 누구였는지 기억을 못 하고 있었습니다. 일을 시작한 치히로는 인간이라는 이유로 미움을 받았고 치히로에게 친절을 베푸는 건 말할 줄 못하는 가오나시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치히로는 오물로 얼룩진 오물 신을 만나게 됩니다. 엄청난 악취를 참으며 오물신을 씻겨준 치히로는 신의 몸에 박힌 자전거 핸들을 발견하고 온천장의 모든 직원들이 힘을 모아 엄청난 양의 오물을 뽑아내버리게 됩니다. 오물신은 사실 거대한 강의 신이었고 신은 치히로에게 경단을 하나 선물합니다. 이 경단은 하쿠의 저주를 풀기도 하고 괴물이 된 가오나시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후 치히로는 하쿠와 함께 원래의 이름을 찾고 돼지가 된 부모님을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는 내용이 그려집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소재의 의미와 해석
온천장
단순히 신들이 쉬러 오는 휴식 공간이 아니라, 상처받은 신들이 치유를 목적으로 오는 곳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센이 온천장에서 일하는 것의 의미도, 상처 입은 신들을 치유하며 스스로도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오물신
악취를 풍기는 더러운 신으로 온천장에 왔지만 치히로의 도움으로 오물들을 제거하고 강의 신으로 돌아갑니다. 환경 파괴에 대한 비판적 성찰, 환경 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가오나시
가오나시는 일본어로 '얼굴이 없다'는 뜻을 의미합니다. 말이 가진 힘을 이용할 줄 아는 치히로와는 달리, 아무 말도 못 하는 캐릭터로 나오는 가오나시는 자신감이 결여된 현대의 젊은이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다는 설정을 통해 현대인의 욕망과 공허를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돼지로 변한 부모
치히로의 부모는 식욕을 이기지 못해 돼지가 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탐욕'입니다. 게걸스럽게 먹는 돼지의 모습은 인간의 탐욕을 빗대어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센'이라는 이름
'센'은 한자로 '천(1000)'이라는 의미입니다. 천 명의 무리 중에 하나가 된다는 뜻으로 획일성을 상징하는 이름입니다. 유바바에 의해 이름이 박탈된다는 것의 의미는, 정체성을 잃는다는 의미입니다. 이 작품은 치히로와 하쿠가 '온전한 자신'을 상징하는 본인의 이름, 즉 정체성을 찾아가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