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감성 멜로 영화
영화 <시월애>는 2000년 9월에 개봉한 이현승 감독의 판타지 멜로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 크게 흥행하지는 않았지만, 수작 멜로 영화로 손꼽히며 20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이정재 배우의 젊은 시절과 당시 만 18세였던 전지현 배우의 풋풋했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일 마레(Il Mare)'라는 집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일 마레'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이사를 가는 은주(전지현)는 다음에 이사 올 사람에게 편지를 남깁니다. 꼭 기다리는 편지가 있으니 오게 되면 꼭 자신에게 알려달라는 내용입니다. 그 편지를 새로 이사 온 성현(이정재)이 받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은주 다음에 이사를 오는 사람이 성현이라고 이해하게 됩니다. 그런데 성현은 편지를 받고 의문이 듭니다. 현재 성현이 살고 있는 때는 1997년 12월 말, 그리고 이 집의 첫 입주자는 성현입니다. 그런데 편지에는 1999년 12월 말의 날짜가 적혀있습니다. 성현은 장난 편지라 여기고, 답장을 직접 부치지 않고 우편함에 넣습니다. 은주는 아직 아무도 일 마레에 입주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혹시 기다리고 있는 편지가 왔을까 싶어 일 마레 앞의 우편함을 열어봅니다. 우편함에는 성현이 남긴 답장이 있습니다. 은주도 2년 전의 날짜로 와있는 편지를 읽고 장난 편지라고 생각해 자신에게로 오는 편지를 그대로 두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다 두 사람은 우편함을 통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각각 97년과 99년이라는 다른 시공간에서 사는 사람이 연결됨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은주와 성현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주는 우편함을 통해 특별한 감정을 쌓아나갑니다.
기다림이 주는 아련함과 설렘
은주는 성현에게 과거 자신이 지하철 역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녹음기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하고, 성현은 2년 전의 은주와 짧게나마 마주치기도 하고, 은주가 놓고 간 녹음기에서 처음으로 은주의 목소리도 듣게 됩니다. 성현 역시 은주에게 도움을 받습니다. 성현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미래에 출간된 아버지의 책을 구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책을 보고 성현의 아버지가 98년에 돌아가신다는 것을 알게 된 은주는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급하게 달려가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책은 늦게 성현에게 전달됩니다. 성현은 우편함을 통해 전달받은 아버지의 유고집을 보고 자신이 살고 있는 '일 마레'가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지은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는지 뒤늦게 깨닫습니다. 은주의 편지로 위로받은 성현은 점점 은주에게 마음이 기울게 됩니다. 성현은 은주를 만나기 위해 2년 전의 은주가 타고 다니던 지하철 역에 찾아갑니다. 하지만 은주는 성현을 알아볼 리가 없습니다. 서로에 대한 호감이 쌓여가던 두 사람은 결국 만나기로 약속합니다. 은주에게는 일주일 후, 성현에는 2년 일주일 후의 날입니다. 하지만 끝내 두 사람은 만날 수 없었고 은주는 아쉬운 마음이 담긴 편지를 성현에게 보냅니다. 편지를 받은 성현은 약속 장소에 찾아가 자신이 왜 2년 후에 은주를 만나러 가지 않게 될까 생각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은주는 아직 잊지 못했던 전 남자친구와 우연히 재회하지만 그의 곁엔 다른 여자가 있었습니다. 전 남자친구로부터 자신이 미국에 혼자 가지 않았다면 이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은주는 성현에게 편지로 부탁을 합니다. 당시의 남자친구가 떠나지 않게 도와달라고 합니다.
아련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의 결말
이미 은주를 사랑하게 된 성현은 마음이 아프지만 은주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도와주러 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장소로 가던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은주는 성현의 소식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성현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려다 사고가 났고, 성현을 만나기로 했던 날 산호산 해변에 지어지고 있던 집이 성현이 자신을 위해 만든 집이라는 것까지 알게 됩니다. 충격을 받은 은주는 다급히 성현에게 거기에 가지 말라는 편지를 보내고 간절히 닿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과거는 바뀌지 않습니다. 은주는 뒤늦게 깨달은 사랑과 죄책감으로 우편함 앞에서 눈물을 펑펑 흘립니다.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던 이야기는 처음 은주가 일 마레를 떠나며 편지를 남기는 장면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리고 은주가 일 마레를 나서던 그때 성현이 은주에게로 찾아옵니다. 은주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들고 말입니다. 누구냐 묻는 은주에게, 성현은 지금부터 아주 긴 이야기를 시작할 텐데 믿어줄 수 있겠냐고 묻습니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은주와 성현이 재회하는 마지막 장면에 대한 해석은 이렇습니다. 편지를 부쳤던 미래의 은주는 성현의 사망이 결정된 후였습니다. 그런데 과거로 보내는 편지를 받은 성현 시점에서, 성현이 은주의 편지를 읽게 되었으며 새로운 2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렇게 성현은 새로운 미래의 은주와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은주에게는 성현과 편지를 주고받던 시간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고 성현만이 은주와의 일들을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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