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출신 체스 천재 소녀의 이야기
2020년 10월 23일에 공개되어 현재까지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퀸스 갬빗>은 월터 테비스의 1983년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7부작 미니시리즈 드라마입니다. 제목 '퀸스 갬빗'은 체스 용어이며, 체스를 소재로 한 드라마입니다. 체스판을 묘사한 여러 영화 또는 TV쇼와 다르게 이 드라마는 체스판을 정확하게 세팅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또한 체스 게임과 포지션 역시 현실에 맞게 그려냈는데, 이것을 위해 체스계에서 최고로 꼽히는 플레이어들이 자문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950년대 말, 미혼모에게서 자란 한 소녀는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켄터키의 한 보육원에 맡겨지게 됩니다. 소녀의 이름은 베스 하먼입니다. 베스는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지급한 안정제에 중독되기 시작하고, 우연한 계기로 접하게 된 체스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하게 됩니다. 베스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버텨내기 위해 안정제와 술에 중독된 채, 체스에 점점 집착하게 됩니다. 체스는 자신이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는 세상이며 체스판 안에서는 안정감이 느껴진다는 이유입니다. 베스는 보육원을 벗어난 후 체스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고, 엄청난 승부욕으로 경쟁 상대를 한 명씩 꺾어나가며 빠르게 정상을 향해갑니다. 하지만 그녀가 진정한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안정제를 끊어야 합니다.
퀸스 갬빗의 재미 요인과 좋은 결말
천재 소녀가 체스 챔피언이 되는 과정을 담은 이 드라마는 뻔한 클리셰를 이용해 착각을 심어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줍니다. 주인공 베스가 지냈던 보육원에서는 왠지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고, 입양이 된 새 가정에서는 학대를 당할 것만 같습니다. 또한 베스가 나간 체스 대회에서 남자들은 왠지 베스를 무시할 것만 같고, 베스가 이기고 싶어 하는 러시아 체스 챔피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베스를 방해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예상들은 모두 빗나갑니다. 마치 뻔한 추측을 하는 시청자에게 한 방 먹이는 듯한 전개를 하는 것입니다. 무언가 사건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을 주면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 전개는 드라마 전반을 뻔하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만듭니다.
체스는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입니다. 하지만 시청자 중에서 세계대회 수준의 체스를 이해할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궁금합니다. 일반적인 스포츠와는 다르게 체스는 룰을 이해하지 않으면 흥미를 잃기 쉽습니다. 하지만 퀸스 갬빗은 체스를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습니다. 뻔하지 않은 스토리에 적절한 음악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체스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경기가 돌아가는 상황은 알게끔 연출했습니다.
안야 테일러 조이가 연기한 '베스 하먼'이라는 주인공 캐릭터는 불완전하고 인간적 결함이 많습니다. 하지만 베스가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여러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시청자는 베스의 삶을 응원하게 됩니다. 이 드라마에서 베스는 한 소년에게 체스 세계 챔피언이 목표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모든 것의 끝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이것은 체스 대회의 승리와 함께 인간적으로도 성장한 베스를 보여주는 결말입니다.
퀸스 갬빗 뜻과 비하인드 스토리
용어 '퀸스 갬빗'은 체스 오프닝(Chess Opening)중 하나입니다. 체스 오프닝은 체스 게임 초반부의 수들을 정리해 놓은 것을 가리킵니다. 퀸스 갬빗의 뜻은 '폰' 하나를 일시적으로 희생해서 포지션에서 이점을 가져가려는 전략을 일컫습니다. 일부러 시작할 때 하나의 수를 상대에게 져 주는 전략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넷플릭스 리미티드 시리즈는 짝수 부작이지만 퀸스 갬빗은 7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체스판에서 폰이 시작하는 칸부터 퀸으로 승진할 수 있는 마지막 줄까지 합한 거리가 7칸이기 때문에 의도한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베스의 이야기에 빗댄다면, 고아였던 소녀(폰)가 체스로 정상(퀸)에 오르는 성장 서사가 담긴 것입니다. 또한 퀸스 갬빗의 각 화 소제목들은 모두 체스 용어에서 따왔다고 합니다.(Opening, Exghanges, Doubled Pawns, Middle Game, Fork, Adjournment, End Game) 다만 한국어판으로는 1화 오프닝, 4화 미들게임, 7화 엔드게임을 제외하고는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습니다. (2화 '계산', 3화 '오류', 5화 '혼자', 6화 '포기'입니다.)
<퀸스 갬빗>의 주인공 베스 하먼 역할을 맡은 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는 퀸스 갬빗으로 인지도가 급상승했으며, 골든 글로브 시상식 미니시리즈 여우 주연상과 미국배우조합상 미니시리즈 여우주연상 등 여러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며 할리우드 최고의 유망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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